고너그라트 마터호른 트래킹
전부순 Jeon boosoon
빙하 건너 초원 거닐며 영혼 치유하는 ‘알프스 여신’ 길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휘둘리지 않고 샘이 깊은 물은 마르지 않는다고 했던가. 수 만년 시간의 무게가 세월이란 이름으로 덧칠되어 묵묵히 자연의 한 부분을 일궈낸 알프스, 어렸을 적 스위스 소설가 요하나 슈피리의 ‘하이디’를 통해 우리가 꿈꾸던 아름다운 동화의 나라로 각인된 때문인지 더욱 친근하다. ‘고산지대의 초지’라는 뜻을 품어서일까. 풍요로운 푸르름을 구름마저 끝내 다 가리지 못한 곳, 마른 높새바람에 앙가슴을 열어젖히고 가장 포토제닉하다는 마테호른을 바라보며 걷는 여정, 고르너그라트로 가기 위해 체르마트로 향한다.

지구촌 문명사회에서 대표적인 청정지역이자 하이킹의 천국으로 잘 알려진 체르마트에서 바퀴달린 모든 기계는 화석연료를 쓰지 못한다. 깡통처럼 생겨 고전적이면서도 우스꽝스런 전기자동차와 클래식한 디자인의 붉은 마차가 인간의 수평이동을 도와준다. 이렇게 친환경 교통수단을 고집함은 인간이 자연을 지키려고 베푸는 최소한의 이기적인 배려일 것이다. 마침 알프스 산자락에 기대어 사는 많은 마을사람들이 모이는 축제가 열렸으나, 시간상 아쉬움을 남기고 오늘 트레킹 출발지인 고르너그라트 전망대를 가기 위해 빨강색 ‘고르너그라트 반’에 오른다. 산악열차는 일본어까지 안내방송을 마치자 가파른 비탈을 오르며 점차 고도를 높여간다. 프랑스어로 몽세르뱅, 이탈리아에서는 몬테체르비노라 불리는 마테호른의 미려한 자태가 눈앞에 드러난다. 몬테로사산맥의 주봉으로 사방이 경사를 이룬 빙식첨봉(氷蝕尖峰)이다. 평균 45°의 급한 암벽이 1,500m 이상 솟구친, 미국 파라마운트 영화사의 로고로 눈에 익숙한 산이다.

차창 밖은 꽃의 계절 8월을 알리는 듯 형형색색 들꽃들이 푸른 초원에 가득하다. 길손들의 시선이 여기저기 그림엽서 같은 풍경에 취해 머무는 사이, 기차는 핀델바흐∼리펠알프∼리펠베르그∼로텐보덴을 지나 약 40여 분만에 고르너그라트역에 도착한다.
가장 먼저 체르마트의 마스코트 월리(wolli)의 환영을 받으며 고르너그라트전망대(3,136m)로 향한다. 여긴 아직 한 겨울이다. 그러나 알프스의 4천m급 봉우리들, 특히 마테호른을 가장 멋지게 볼 수 있어 항상 사람들로 붐빈다. 유럽인은 물론이고 유독 일본인이 많다. 이유는 알프스는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곳’이기 때문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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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펠알프를 잇는 길도 참 다양하다. 홀로 걷기 좋은 오솔길이 있는가 하면 자전거가 다닐 정도로 제법 넓은 길이 있어 가족단위로 찾는 사람들이 많다. 한편 내려갈수록 짙어지는 초원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는 소가 들려주는 워낭소리가 메아리로 되돌아와 걷는 이에게는 색다른 선물을 안겨준다.
길이란 이쪽과 저쪽을 이어주고, 원활한 소통으로 연을 맺어주는 고도의 장치이다. 따라서 지름길은 지리한 피로감에서 잠시나마 해방될 수 있어 좋다. 로마제국이 다른 나라를 정복할 때 가장 먼저 길을 반듯하게 닦았다는 사실처럼, 지금 내려가는 이 길 또한 천년이 넘도록 스위스∼이탈리아, 스위스∼독일을 사람은 물론 소나 양, 말 같은 가축까지 쉽게 오가도록 다져놓은 결실이다. 시공간을 거쳐 온 지난한 과정이 로마시대로 향한 이유는 로마인들이 만든 길이 지금은 등산로가 됐기 때문이리라.

고단한 산촌의 삶의 지혜가 오롯이 돋아난 스위스식 목조 건물과 어우러진 정겨운 골목길은 저마다 옛 이야기 한 자락씩 품고 마치 시간을 되돌린 느낌처럼 독특한 풍경을 자아낸다. 어느 교회 안에는 죽음을 상징하는 비석들이 줄지어 있다. 그 중에는 마테호른을 오르다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울리히 인더비넌 같은 산 사나이들도 안식을 취하고 있다.
산은 모두에게 축복이다. 눈앞에 드려진 초록색 융단과 그 너머 설봉들이 햇살과 바람에 따라 시시각각 천의 얼굴로 변화한다. 거침없이 흘러가는 마터비스타 강을 가르는 작은 다리에 서서 말갛게 솟은 영봉, 회오리 구름에게 정상을 내어 준 마테호른을 올려다보며 조용하고 평화롭고 바람마저 유순했던 마테호른 길 여행을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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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너그라트 마터호른 트래킹 2014-11-04
1 강릉 피득령 안반데기 2013-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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