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목장예찬
정건영 Chung gunyoung
굳건하며 여유로운 오랜 친구, 안성목장
사진에 관심을 갖고 활동을 하며 소재를 찾아 다니다보면 누구나 자신만이 간직하고 즐겨 찾는 장소를 한 두 곳쯤은 간직하게 된다. 나 또한 소재를 찾아, 풍경이 좋아, 혹은 분위기에 이끌려 그런저런 이유로 자주 찾는 장소를 몇 군데 간직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더욱 자주 찾게 되고 애착을 갖는 장소로는 아무래도 소재와 분위기 등이 함께 어우러지면서 접근성이 용이한 그런 장소가 아닐까 싶다.

누가 나에게 그런 장소가 어디냐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경기도 안성의 ‘안성목장’을 말하곤 한다. 내가 그곳을 촬영지로 즐겨 찾게 된 후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으로 널리 알려졌으니 아마 대부분의 사진애호가들의 ‘안성목장’에 대한 느낌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아니 사진애호가 뿐 아니라 도시생활의 번잡함과 흔히 보던 풍경에 식상하여 시선을 돌리는 이들에게도 마찬가지이리라. 얼마 전 TV광고에서도 보았으니 말이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우리가 흔히 ‘안성목장’이라 부르는 곳은 1964년에 박정희 대통령이 독일의 지원을 받아 버려진 산지를 개발하고 축산으로 부강한 농촌을 이루기 위해 농협중앙회에 의뢰하여 개발한 곳이라고 한다. 유래야 어찌되던 그렇게 개발된 ‘농협중앙회 안성목장’의 모습은 당시 우리의 눈에는 정말 낯설고 이국적인 풍경이 아닐 수 없었다.
마치 영화 속에 나오는 외국목장의 풍경이 아니었을까? 지금이야 해외여행이 워낙 흔해지고 ‘안성목장’의 명칭도 ‘안성 팜랜드’로 개명되어 일반인들의 목장체험 장소로 변화하는 등 초기의 모습과는 사뭇 달라져 그리 가슴 설레는 풍경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내게는 항상 신비롭고 믿을 수 있는 낭만적인 모습으로 남아있다.

우선 ‘안성목장’은 앞에서 언급한 낯선 이국적인 풍경의 모습 말고도 여러 면에서 나를 유혹한다.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불과 30~40분이면 항상 도착할 수 있는 도심에서 가까운 거리가 그렇고, 또 계절 따라 판이하게 달라지는 모습..
3월쯤엔 낮게 자란 파릇한 목초들이 아침 이슬과 함께 일출의 역광을 받아 빛나는 광경이며, 5~6월이면 어른 키만큼이나 자란 호밀들이 바람에 흐드러지는 모습, 8월이면 벌써 호밀이 이삭이 여문채로 베여져 트랙터로 둘둘 말려 희고 검은 포장으로 단장하여 무리지은 풍경들과 겨울이면 푸른빛이 사라진 광활한 초지 위에 흰 눈과 함께 매서운 바람이 몰아치는 모습. 목장 귀퉁이의 배 밭의 봄 풍경은 하나의 덤이다.

내게 ‘안성목장’의 의미는 무엇일까?
내 가슴에 가장 깊이 자리 잡은 ‘안성목장’의 풍경은 언덕에 자리한 굵직한 미루나무 한그루와 연이은 소나무의 모습이다. 나는 ‘안성목장’에 가면 대부분을 항상 같은 앵글에 선다. 그래도 약간의 위치 변화와 미세한 앵글의 변화에 따라 외롭게 또는 이웃하며 변함없이 반겨주는 모습은 항상 마음을 뭉클하게 한다. 넓은 목장의 중심이 되기도 하고, 쉴 곳도 되어주는 굳건하며 여유로운 오랜 친구의 모습이다. 물론 사람에 따라 느낌이야 다르겠지만 적어도 내게는 그렇다. 사계절 항상 모습을 달리하며 나를 반겨주는, 내게 사진적인 모든 것을 만족시켜 주는 풍요로운 그런 곳으로 느낄 수 있는 곳, 그런 의미로 생각하면 혼자만의 느낌일까?

지난 일요일 모처럼 가까운 친구와 함께 느지막하게 ‘안성목장’을 찾았다. 역시 미루나무와 초입의 배 밭 주인아저씨는 오랜 친구마냥 반갑게 맞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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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Title Date
안성목장예찬 2013-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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