門과 窓 - 마음이 걷는 길
김필연 kim pilyeon
낯선 길을 걸을 때면 나는 그곳에 터를 잡은 사람은 물론, 그들의 삶터에도 관심이 많다. 삶터의 모습은 그들이 그 자리에 정착하기까지의 시간이고 역사이기 때문이다. 언어가 통하지 않는 오지라 할지라도 그들의 공간에 고스란히 배인 삶의 흔적을 바라보며 자문자답하는 일은 내가 여행지에서 받는 크나큰 선물이다.

이동생활을 했던 인류 초기 삶터는 그 기능이 은신처 혹은 피난처였다고 한다. 천연 동굴이나 주변 재료로 간단하게 지은 임시 움막이었을 텐데 그곳에서 포식자와 비바람, 혹한 혹서를 피해 잠과 끼니를 해결하고, 사랑하고, 휴식과 갈무리를 하고, 사냥도구나 농기구도 만들고 또한, 신을 섬겼을 것이다.

정착생활을 하면서 점차 기능이 유사한 주거형태가 모이고 그 규모가 커지면서 마을과 도시가 되어 지금의 모습에 이르렀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그 삶터의 규모가 크든 기능이 무엇이든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것, 그것은 삶의 공간에 반드시 존재하는 문(門)과 창(窓)이다.

살면서 하루에도 수없이 드나들었을 문과, 필요할 때마다 여닫았을 창, 단지 한판 가림막에 불과하지만, 문과 창은 개인이든 집단이든 그들과 다른 사람 또는 다른 세상과의 최소 단위 소통이고 소통을 위한 통로이자 경계다, 그 소통이 인류에게 문화를 만들고 예술활동까지 가능하게 한 시작점이 아닐까 한다.

문과 창은, 닫으면 안과 밖이 분리되고 열면 하나가 된다. 문과 창은 한 공간과 다른 공간이 오가는 길이어서 열려 있을 때는 서로 무한한 세상을 공유할 수 있다, 그 무한함 속에는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이 몇 갑절 많고 가치가 있음은 물론이다.

그런 연유로 여행지에서 나의 단골 소통 언어는 단연 그들의 집에 뚫린 문과 창이다. 언제라도 여정이 잡히고 길을 나서면 나는 어김없이 또 그들 집 앞에 설 것이다. 그리고 겸허히 그들 문이 던지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창에 묻은 숱한 낮과 밤을 읽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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門과 窓 - 마음이 걷는 길 2015-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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