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게티, 모리타니
함길수 Ham kilsoo
영혼의 오아시스, 위대한 사하라의 모래바다.
황토 고원 위에 금빛 물결 출렁이듯 펼쳐진 모리타니의 오아시스, 고요한 사하라의 두려운 이름 싱게티 Chinguetti. 뉴악쇼트에서 북동쪽으로 이틀을 달려가야 하는 사막 위 바람의 도시다. 모리타니 정 중앙에 자리하고 서 사하라와 아프리카의 영혼 말리를 곁에 둔 모리타니의 심장이자 사하라의 진짜 얼굴이다.
사하라 사막의 Gate Way, 거대한 모래바다 싱게티
터번을 두르고, 한 장의 천으로 몸을 감싼 채 모래바람 일렁이는 도시를 거니는 사람들, 바람의 도시 싱게티는 세계에서 가장 이색적인 도시 중 하나다. 사막의 도시 싱게티로 가기 위해서는 뉴악쇼트 북단, 3KM 지점에 위치한 가라지 아타르 Garage Atar에서 승합 택시를 타고 436Km 거리를 폭염을 뚫고 8시간을 달린다. 아타르에서도 동쪽으로 120Km, 아트 모자라의 좁고 험한 계곡을 간신히 탈출하면 모래 언덕의 무리 속에 고요히 오아시스가 출현한다.

황토 먼지를 일으키며 달리기를 두 시간여, 테루지 평원을 지나자 거대한 사막지대가 눈 앞에 나타난다. 대추야자가 군락을 이룬 오아시스가 출현하면서 가없는 사하라 사막의 모래 물결들이 장관을 펼쳐낸다. 사하라 사막의 서쪽 문, 서부 사하라의 베이스 캠프다. 누구나 한번쯤 꿈꾸는 곳이지만 아무나 올 수 없는 곳. 무더위, 교통 불편, 열악한 도로 사정, 정보의 부재, 사막의 킬러 전갈, 이 모든 이유로 인해 다가서기 조차 두려운 곳이다.

사막의 하루는 단조롭고 평온하다. 바람소리에 눈을 뜨고, 새벽 한기에 몸을 움츠린다. 그렇게 하루가 오고 또 하루가 간다. 한낮 뜨거운 태양에 절망하고, 광활한 고독에 숨막히는 곳. 두려운 이름 싱게티, 그 거대한 모래바다의 물결, 사하라 사막 그 깊은 고독 속에서 매일 걷고 또 걸었다. 대양 같은 사막 위를 걷는다는 것은 존재가 생생히 살아있다는 확인이며, 일상에 감사해야 할 명백한 증거다.

사하라의 고대 카라반 도시 중 가장 매력적인 고도가 싱게티다. 싱게티 오아시스는 8세기경에 개척된 이슬람 7대 성지중의 하나였다. 마주치는 순간, 성지에 온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싱게티는 분명하고도 뚜렷한 역사적인 고도의 아우라와 신비한 분위기가 진하게 풍겨온다. 사막의 바다와 같은 거대한 모래 바다의 출렁임 속에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고대로부터 전해 내려온 무어인들의 모스크가 사막, 그 신비의 세계로 초대한다.

사막 속 미궁 같은 고도, 올드 타운 싱게티는 13세기 창건한 모스크가 현존하고 있다. 도심 초입의 밝고 환한 뉴 타운을 지나면서 야자수가 줄지어 자라고 있는 넓고 거대한 와디 Wadi 가 펼쳐진다. 그 곳을 지나야 역사적인 고도가 신비의 베일을 벗는다. 올드 타운에는 과거 12개의 모스크와 25개의 코란 학교가 있었으며 사막 능선에 서서 물끄러미 바라보면 2만 여명의 사람들이 살고 있던 그 시절 명성과 영화를 짐작할 수 있다.
이곳에는 베르베르 계의 이슬람 왕국인 무라비트 왕조를 일으킨 장본인들이 살고 있었다. 싱게티가 아주 오랜 옛날부터 교역 센터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을 무렵, 이 지방을 중심으로 유목생활을 하던 사람들이 11세기경 모로코의 마라케시로 도읍을 옮겼다. 그들이 다름아닌 지중해 너머 스페인의 안달루시아 남부를 수중에 넣은 호전적이며 용맹한 베르베르계 사람들인 것이다.

그 전설적인 도시를 품에 안고 사하라의 모래바다 싱게티 동편에는 거대한 모리타니 최대 모래 둔덕 Erg Warane 이 존재한다. 길은 없으며, 길을 알 수도 없는 곳. 망망 대사, 모래물결 위로 사하라 사막이 유혹의 손길을 보내고 있다. 순례의 시작은 싱게티의 올드 타운이지만, 진정한 사하라 사막 대탐험은 메하리 Meharees ( 메하리, 단봉낙타를 타고 가는 원정 여행 ) 를 만나 일정을 선택하고 계약하는 일부터 시작이다.

싱게티 타운을 벗어나자, 모래 언덕을 중심으로 텐트를 치고 군락을 이루어 사는 유목민들의 일상을 스쳐 지나간다. 낡고 오래된 4륜 구동 지프를 타고, 싱게티를 벗어나는 것이 사하라 사막투어의 시작이다. 첫날 밤을 맞을 라 부르스 La Bruse 로 한 시간 가량 달린다. 3박 4일을 싱게티 사막에서 동거 동락할 함메드의 집에 도착하자 어린 아이들이 염소들과 뛰어 놀다 달려와 반가운 눈인사를 건네고 저 멀리 카라반을 나설 낙타들은 한가로이 사막을 배회하고 있다.

라 부르스에서 1박을 한 후, 베르베르인 함메드, 아들 보아드와 함께 1박2일 카라반을 떠난다. 이웃 사촌 베케르와 네 명이 한 팀이 되어, 먼 사막으로의 카라반이 시작된다. 싱게티에는 현재 낙타 카라반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이 많이 줄어들었다. 예전 파리 다카르로 명성이 자자했던 시절, 매년 몰려들던 사람들이 이제는 남미로 옮겨진 파리 다카르 랠리의 명성이 수그러들면서, 사막을 찾는 사람들도 현격하게 줄어 여행자를 찾기는 예전처럼 쉽지 않다.

물결치듯 출렁이는 사막. 싱게티 사막은 마치 바다와 같다. 거대한 고독과 숨막히는 고요를 찾아 왔지만, 사하라 무언의 바다는 말없이 출렁이고만 있다. 사막을 걷고 있었지만, 대양을 헤엄쳐 나아가는 것 같았다. 매일, 낙타 두 마리와 걷고 또 걷는다. 존재도 없는 고요 속에 생명은 외로이 꿈틀거리고 있다. 대양 같은 사막 위에서 생명을 만나는 일은 경이로움이다. 비는 오지 않고, 폭염에 휩싸이는 사하라에서 생명이 탄생하고, 생존하며, 견디어 내는 일은 그 자체로 엄숙하다.

사하라는 생명, 그리고 존재를 확인하는 공간이다. 뜨거운 사하라에서 오아시스를 만나면, 눈물짓고 기뻐하며 쉼을 누린다. 바람이 춤을 추고, 모래도 함께 춤을 추는 곳. 어제의 지형과 오늘의 지형이 확연히 달라지는 곳. 사하라에는 동일한 형체는 없고 오직 변화만이 존재한다. 오늘 변화하고, 또 내일 변화한다. 그리하여 사하라는 매일 꿈틀거리기에 오늘 극명하게 살아 숨쉬고 있다.

인내를 깨닫게 되는 곳. 말없이 걸어야 하는 곳. 삶이 허무하여도 마지막 목적지까지 가야만, 비로소 존재의 의미를 깨닫게 되는 곳이다. 사막을 걷는 과정 속엔 절망과 고통이 존재한다. 하지만, 말없이 고통을 견디어 낸 이후에야 사막에 온 이유를 깨닫게 된다. 누구나 한번쯤은 사막에 가야 한다. 그 사막이 존재의 이유와 살아갈 의미를 전해줄 것이다. 거대한 침묵, 고요한 바람소리에 귀 기울이다 보면 마음의 이정표를 찾게 될 것이다.
고독과 매일 대화하고, 거대한 침묵과 동침하는 곳. 아무것도 없는 땅이지만, 모든 것이 존재하는 곳. 모든 것이 죽은 땅이지만, 모든 것이 살아 꿈틀거리는 곳. 생명의 소리 없이 생명이 살아 숨쉬는 곳. 사하라의 바람소리를 들으며 눈물을 닦는다. 사하라의 밤, 쏟아지는 별을 헤며 내 존재와 마주한다. 아무것도 없는 그곳에서, 모든 것을 느끼게 되는 신비. 절대 고독은, 절대 생명이다. 홀로 있다는 것은, 모든 것과 호흡한다는 것이다.

매일 사막의 고독 속을 걸었지만 나는 매일 내 자신의 심연을 걷고 있었다. 아프리카의 심장 사하라에 있었지만 나는 매일 내 영혼의 심장 속을 거닐고 있었다. 삶이란 내 영혼과의 대화, 내 안의 신을 향한 기도. 모리타니 사하라 사막 위를 걷는 것은 결국, 내 영혼의 오아시스, 눈물처럼 순결한 그 샘물 위를 걷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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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게티, 모리타니 2014-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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